■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민원 담당 공무원의 애타는 호소

“공무원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싸우려 하지 마시고 우리 감정도 조금만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세종시의 한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40대 공무원 A 씨는 22일 민폭(민원폭탄)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퍼붓는 욕설, 이유 없이 반복하는 화풀이 등 감정적 민원으로 상처받는 저 같은 공무원이 많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A 씨는 민원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한마디가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로 다가온다고 했다. 일례로 한 민원인은 욕설을 일삼다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법률은 알고 얘기하느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 ‘따박따박’ 받는 주제에…”라는 말을 10분 이상 했다고 밝혔다. 그는 “퇴근 후 집에서 계속 ‘월급 따박따박’이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더라. 욕도 욕이지만 이런 인신공격성 감정 섞인 말들에 더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의 사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공무원 사이에서 ‘공무원은 공복’이라는 공무원 가치관은 점점 희미해지는 반면, 국민의 공무원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 그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같은 인식이 커지고 있어 민폭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민원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민폭은 최소화하고, 공무원의 민원 처리 질은 향상될 수 있도록 공무원과 민원인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