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6) 저출산 정책 ‘수술’ 시급

복지부내 전담기구 설치 등
개정안 상당수 상임위 계류
국회 특위, 반년간 3번 열려

정치권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입법 조치는 제자리걸음이다. 여야 정쟁으로 장기적 안목으로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저출산 입법과제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도 넉 달 지각 가동한 데 이어 관련 부처 장관들은 회의에 불참하는 등 실효적 기구로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저출산기본법)은 총 27개다. 여야는 저출산 분야에서만큼은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저출산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당과 정부 차원의 주택 정책을 세우고 돌봄과 교육을 뒷받침하는 입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당내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인구위기 대응이 곧 민생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의 선언과 달리 국회에서 저출산·인구 문제와 관련된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1대 국회를 통과한 저출산기본법 개정안은 2건에 불과하다. 국회를 통과한 저출산기본법 개정안은 출생 아동에게 200만 원의 ‘첫 만남 이용권’을 지급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에 대해 심층적인 평가를 시행하도록 규정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저출산기본법 개정안 중에는 △보건복지부 내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전담 기구 설치 △자녀 돌봄 지원하는 정책 시행 의무화 △신혼부부 주거지원정책 추진 근거 마련 △임산부를 위한 일자리대책 등 추진 의무 신설 등이 있는데 길게는 3년째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저출생·인구절벽 문제 해법 논의를 위해 출범한 국회 인구특위는 지난해 11월 여야가 구성에 합의했지만, 정작 출범 넉 달만인 지난 3월 전체회의를 열었다. 지각 출범했음에도 회의는 반년 간 3번 개최한 것이 전부다. 부처 업무보고에는 장관들이 대거 불참했다. 장관 참석이 필요하다며 특위 차원에서 회의를 2번이나 취소 또는 연기했는데, 지난달 26일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단 한 명이었다. 나머지 4명은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며 불참했다. 이처럼 국회 차원의 대응이 공전하자 여야가 당 차원의 대책을 내놓으며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저출산 대책에 대해 “다섯 가지 국정 운영 방향을 잡았다”며 “돌봄과 교육, 육아와 교육 병행, 주거문제, 양육비 지원 문제, 건강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도부 입성 직후인 지난 1일 학부모를 위한 주 4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완·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