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인상속도 변수로
“0.25%P 인상 가능성 80%”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절차 돌입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를 포함한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직격탄이 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3월 FOMC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81.2%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월가의 대형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이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금융 충격을 고려해 Fed가 (금리 인상을) 일시중단하는 게 좋은 생각일 수 있다”며 “만약 Fed가 중단한 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면 다시 쉽게 긴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 폭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데다 지난 2월 공개된 고용, 물가, 소비지표가 일제히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터진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주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Fed가 빅스텝으로 회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SVB 사태의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향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은행들에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오는 14일 공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