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두달째 3000억도 안들어와
VC 투자심리 더 위축될 우려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계에 더욱 혹독한 ‘투자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털(VC) 분야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복합 경제위기 여파로 지난 2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이 1월에 이어 3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고 있다.

13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국내 출자자(LP)를 통해 자금을 모은 한국 VC의 투자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장 국내업계에 미칠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기조 등 각종 악재로 스타트업 투자 절벽 사태가 지속하는 점을 고려하면 SVB의 파산은 VC의 투자 심리 위축에 마치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사업을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거나 당장 자금 조달이 필요한 회사들이 부정적 파장을 걱정하며 사업 계획 수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 위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어렵고 힘든 국면이 보다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A 벤처 회사의 관계자는 “적지 않은 직원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등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이번 사태를 접하고 나니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경기침체 본격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92건, 투자액은 29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투자 건수는 9건(10.8%) 늘었지만, 투자금은 8964억 원(75.2%)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별 스타트업 투자액이 대부분 1조 원을 넘어선 바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