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촉각 13일 아시아증시 개장 직전 미국 정부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고객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하면서 ‘블랙먼데이’ 공포에 휩싸였던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12원가량 떨어진 원·달러 환율과 약보합세 중인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문호남 기자

■ 미국 선제조치후 시장 일단 안도

코스피 · 닛케이 등 엇갈린 흐름
위험자산 비트코인도 8% 급등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 더 커져”
한은, 금융불안 가능성 예의주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한국과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가공할 만한 ‘13일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월요일 증시 폭락)’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개장 직전 SVB의 고객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하는 선제 조치를 취하면서 아시아 증시에 드리운 공포 심리가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한국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잔뜩 긴장한 채 향후 파장을 지켜보고 있다.

코스피는 13일 SVB 파산 사태에도 전장보다 5.86포인트(0.24%) 오른 2400.45로 출발했다. 개장 6분 만에 24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낙폭을 키우고 있으나, 오전 9시 53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5.32포인트(-0.64%) 하락한 2379.27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56%), 호주 ASX지수(-0.20%)도 약보합세다. 앞서 SVB 파산 충격과 연쇄 부실 우려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일 폭락 마감하며 ‘블랙먼데이’ 우려가 커졌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국내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시아 증시 개장 직전 미국 당국의 SVB 고객이 맡긴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조치 직후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선물지수는 1.1% 상승했다. SVB가 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인 만큼 금융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하지는 않을 거란 심리도 작용했다. 미 국채 금리는 SVB 파산 이후 이틀 동안 0.478%포인트 하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채권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타격이 예상됐던 가상화폐 가격도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12일(현지시간) 8% 이상 급등하며 2만2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한은은 지난 주말부터 SVB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긴밀히 점검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에 주는 직접적인 충격파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투자심리에 미치는 간접 영향에 더 주시하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현재로서는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당분간 금융 불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측불허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