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짙은 수심… 짙은 그림자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심야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검찰 ‘사건 구조 유사’ 판단

뇌물액 상당한데도 혐의 부인
박근혜‘제3자 뇌물’영장 전례
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봐

성남지청이 먼저 청구할 수도
검찰총장이 이재명 신병 최종결정
2월중 중앙지검도 소환 관측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수백억 원대의 뇌물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7년 3월 제3자 뇌물죄 혐의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데, 제1야당 대표라고 해도 법과 원칙에 예외를 둘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비리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만큼 2월 전후 중앙지검이 이 대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이 대표가 객관적 진술과 물증에도 불리한 질문엔 입을 다물거나 본인은 몰랐다는 식의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판단,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전날 약 12시간에 걸친 피의자 신분 조사 과정에서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성남지청 별관 조사실에 들어가자 혐의를 부인하는 A4 용지 6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유 부장검사의 질문에 대부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 등의 답변만 일관했다고 한다.

네이버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요구한 내용을 정리했다는 문건을 물증으로 제시하자 “정 전 실장이 그랬다는 것이냐” “난 몰랐다” 등 회피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남FC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관내 기업이 성남FC에 지급한 160억 원은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비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검찰청과 성남지청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검토에 들어갔는데, 두 사건을 병합해 영장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이 대표가 2010~2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인허가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을 앞세워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사건 구조와 관계자들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지검 수사 속도에 따라 성남지청이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 신병 처리 여부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월 전후 대장동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도 이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두 사건을 묶어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명분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전달된 뒤 민주당이 ‘방탄국회’를 강행할 경우 거센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원도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지자체장의 인허가 권한을 사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사용한 사건이고, 추정되는 뇌물액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데도 당사자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일반인이었으면 이미 영장이 청구됐을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염유섭·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