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안한 금융시장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금융지표들이 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29포인트(0.30%) 내린 2385.87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 월가, 잇단 경기침체 경고

경기부양으로 쌓인 1.5조 달러
금리인상에도 美경제 지탱해와
“내년 중반 소진” 전망에 위기고조

긴축 기조속 침체 직격탄 우려
아시아 증시 일제히 하락세로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계 CEO들의 잇따른 경기침체 경고는 그간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버틸 수 있었던 미국의 ‘기초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가계저축이라는 ‘실탄’이 말라버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이 유력했던 Fed가 이달에 이어 내년 2월에도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금융계 CEO들이 우울한 전망을 제시한 이유로 해석된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경기부양으로 소비자들은 1조5000억 달러(약 1980조7500억 원)의 초과 저축을 하고 지출을 늘릴 수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1조5000억 달러는 내년 중반쯤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계의 저축이 줄어들면 이는 미국 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감소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다이먼 CEO는 지난 6월에도 “경제 허리케인이 곧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이먼 CEO의 지적대로 최근 미국의 저축률은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실제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2.3%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사상 최고치인 16.8%를 기록했던 저축률은 최근 7개월 연속 4%를 밑돌고 있다. 4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이 미국인들의 저축을 축내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미국 가계 저축액을 바탕으로 한 소비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 기간이 9∼12개월 남았다”고 분석했다.

다른 CEO들도 소비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는 이날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소비자들이 지금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며 11월 소비자 지출이 5% 증가했으나 이는 직전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라고 밝혔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소비자들이 “여러 달 동안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비싼 제품을 사지 않는 등 신중하게 선택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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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CEO들의 우울한 경기 전망에 이날 국제유가와 증시는 급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5% 떨어졌으며 브렌트유도 배럴당 4% 급락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WTI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브렌트유는 올해 1월 3일 이후 각각 최저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3%,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4% 하락했다. 7일 오전 아시아 증시도 급락세다. 오전 10시 기준 일본 닛케이는 0.73%, 한국 코스피는 0.31%, 호주의 ASX지수는 0.72% 하락세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