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 인하’ 조속처리 촉구

“감세, 주주·근로자 혜택될 것
한국경제 사실상 준전시 상태”

경영계가 7일 국회를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강도 높게 호소한 것은 ‘역대급’ 경기 침체가 예고되는 내년에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외에는 별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해고 사태가 이어지면서 당장 정부 차원에서도 투자·고용 촉진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시계 제로의 경영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합의가 쉽지 않은 가운데 조목조목 법인세 인하의 당위성을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한 5가지 이유’를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5.7%포인트, 고용은 3.5%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의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한경연은 “주주·근로자 등 이해 관계자에게 결국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며 ‘부자 감세’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경연은 정부의 법인세 개편안에 중소·중견기업 특례 세율 적용과 과세표준 한도 인상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연이은 하락 전망과 기업의 재무지표 악화 등 지금이 ‘준전시 경영 체제’라는 점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은 모두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췄다.

한경연이 2008년 이후 매년 3분기 799개 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빨리 판매되는지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과 1년 미만 단기채무를 충당할 수 있는 자산 비율을 의미하는 유동비율이 모두 크게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고자산회전율은 2008년 이후, 유동비율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의 법인세율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기업의 세전 이익 대비 세후 이익률은 87.8%였지만, 한국 기업은 77.2%에 그쳤다. 2018년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고 과표를 단순화한 반면 한국은 법인세율을 올리면서, 세후 이익률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다.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제 경쟁력은 OECD 38개국 중 34위에 그쳤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려면 국회가 법인세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김만용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