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인 · 책임 등 발표일정 질문에
“수사과정에 포함” 회피성 발언

소방 · 구청 신고 관련 진실게임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국면별 각 책임 주체의 부실 대응 현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재난안전 총책임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경찰 뒤에 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난안전체계를 만들고 운영 중인 행안부(지방자치단체 포함)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진상을 더 잘 파헤칠 수 있는데도 이마저 경찰에 떠넘기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책임 회피성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조사는 수사 과정 속에 다 포함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본 후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읽을 수 있다. 행안부가 수사 대상에 포함됐는지에 대한 추가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대상의 범위는 수사와 관련된 사안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부실 대응 정황은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신고를 받고 오후 10시 29분에 용산구청 상황실에 유선 형식으로 (사고 현황을) 통보했다”고 밝혔는데, 용산구청에서는 “당직자 중 소방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없다”며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구청이 아닌 상인연합회를 통해 오후 10시 48분쯤 사태를 인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욱이 참사 당일 용산구청 CCTV관제센터는 행안부에 상황 보고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CCTV 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요원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서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해당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소방대응이 1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되는 데 총 65분이 걸린 데 따라 초기 대응 적절성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사가 순간적으로 발생했고 소방 대응이 사후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다. 서울시가 참사를 처음 통보받은 후 90분이 지난 오후 11시 56분에야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시는 “행안부 재난문자방송 운영 지침에 따르면 자치구가 해당 관할 지역에 재난 발생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한 때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당일 상황을 고려해 서울시가 우선 재난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민정혜·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