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증 카카오’… 공정위서 독과점, 과기부서 재난대응 손본다

이미지 크게보기“국가가 대응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테크 위험’ 법·제도 개선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등
공정위, 시장왜곡 문제개선 검토

데이터센터 재난관리 대상 추가
정부, 긴급회의 열고 논의 착수

정부가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다각적인 법 개정, 제도개선 작업에 나선다. 카카오의 플랫폼 시장 독과점 논란과 ‘먹통’ 사태로 불거진 데이터 안전관리 문제를 이 기회에 대대적인 수술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 데이터센터(IDC)도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는 한편,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관련된 주무부처로는 대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꼽혔으나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나 국민 이익 보호를 언급한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데 이어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연말까지 제정할 방침이다.

이미지 크게보기화재 감식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카카오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독과점 사업자로 거듭난 데다 계열사 확장은 공정위에 보고를 하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국가기간망으로서 데이터 부실 관리 문제에 있어 정부가 카카오에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국회가 추진해왔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해 민간 데이터센터 관리를 법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네이버 등 인터넷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통신재난 관리 대상에 추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무선 전화 등 회선을 가진 기간통신사업자 외에 메신저·포털·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로 분류돼 의무에서 면제돼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종호 장관 주재로 방통위 등 관계부처와 SK C&C, 카카오, 네이버 등 장애 발생 사업자가 참여한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 점검회의’를 열고 제도개선책을 집중 논의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에서 데이터센터는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우선순위가 낮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통신 장애 사태에서 확인됐듯, 금융·교통·행정 등 모든 무형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상호 긴밀하게 얽혀있는 초연결 사회에서 메신저 서비스를 포함한 인터넷 통신과 파생 서비스들은 오히려 음성 통신보다 중요도가 훨씬 더 높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지난 2020년 통신재난 관리 대상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카카오·네이버 등 관련 기업들의 강한 반발로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해당 개정법안도 폐기된 일이 있다. 당시 2018년 발생한 KT의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통신 기초 설비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논의가 진행됐지만, 인터넷기업들의 의견을 집약한 인터넷기업협회 등에서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간통신서비스로 전환하면 정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과기정통부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데이터센터 생존성을 제고 하기 위한 강화된 보호조치 등 제도적·관리적·기술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전세원·노성열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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