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뛰는 스몰볼 추구할 것”

이미지 크게보기 두산 새 사령탑에 선임된 이승엽 감독.뉴시스

“선 굵은 야구보다 부지런히 발로 뛰는 야구를 하겠다.”

‘국민타자’ 이승엽(46) KBO 기술위원이 두산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두산은 14일 오전 이승엽 위원을 제1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연봉 5억 원, 계약금 3억 원 등 총액 18억 원의 파격 조건이다. 18억 원은 역대 초보감독 최고 대우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명장’들과 동등한 대우다.

앞서 두산은 지난 11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두산은 곧바로 이 감독과 접촉했다. 12일 구단 수뇌진과 이승엽이 처음 만나 공감대를 확인했고, 이 감독이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1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KT-KIA)이 끝난 뒤 다시 만나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감독은 사령탑 선임 발표 뒤 문화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그저께 두산과 만나 정식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뒤 최종 결정을 했다”면서 “5년 동안 야구장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드러내지 못했다”면서 “이제 지도자로 새로운 모험을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선수로선 많이 보여드렸지만, 지도자로선 백지상태인 저의 가치를 인정해 준 두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국민타자’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467홈런을 날려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KBO리그 최초로 통산 450홈런을 채웠고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2003년·56개) 기록도 보유 중이다. 8시즌을 보낸 일본프로야구에서 때린 159홈런을 더하면 무려 626개의 대포를 담장 밖으로 날렸다.

이 감독은 삼성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선수로서 관심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대구는 제가 자란 곳이고, 삼성은 지금의 이승엽을 만들어 주신 곳이다. 하지만 이젠 두산의 사령탑이 됐고, 프로니까 새 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이 위원이 은퇴 후 해설가로 활동하며 프로야구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아울러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한 경험을 높이 샀다. 아울러 타격 이론에 밝은 이 위원이 두산이 기대하는 젊은 거포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 구단은 “이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산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제가 홈런을 많이 친 타자지만 열심히 뛰고 부지런한 선수를 선호한다. 스몰볼을 추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독은 두산 선수들에게 “기본기와 운동량이 중요하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라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야구장에서 나태한 모습, 태만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 감독의 취임식은 오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