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무회의서 인구대책 강조

“인구감소, 시급한 국가중대사
균형발전 등 지방시대 열 것”
제로 베이스에서 해법 모색
이민청 설치 등도 대안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 석상에 인구문제를 화두로 올린 것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곧 노동·교육·국방·산업을 뒤흔드는 퍼펙트스톰(복합 악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추진해 온 저출산 정책이 ‘예산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일관했다고 보고 개선책을 찾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물가와 환율 방어 문제도 중요하지만 인구 감소 문제는 전 사회 문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국가 중대사”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의 9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합계 출산율 2.32명의 3분의 1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 국가별 순위는 236개국 중 두 번째로 낮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16년간 ‘저출산 예산’ 명목으로 발표한 사업 총예산액은 국비 기준 19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16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기하급수적인 재정을 쏟아부었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급전직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저출산의 직접적인 배경인 평균 초혼 연령 및 혼인율 하락 외에도 사회 경제적 배경인 근로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여성에게 쏠리는 가사부담과 여성 경력 단절 우려, 보육시설 부족, 장시간 근로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회성 ‘예산 퍼주기’에 급급한 점도 인구문제에 관한 정부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저출산 지원 예산 확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출산장려금 지원 경쟁이 불붙었다.

정부는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저출산 대책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원회 단계에선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와 맞물리면서 저출산 및 인구 대책이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 공약인 ‘부모급여’도 실제 출산율 제고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이민청’ 설치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