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만기 연장·상환유예 연착륙 협의체 간담회’에서 이복현(가운데) 금융감독원장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연착륙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141兆’ 만기연장·상환유예

코로나 이어 경제 여건 악화
정상 상환계획 마련도 의무화

“부실파악 어려워져 위험” 지적
자영업 대출잔액 1년새 15% ↑

정부가 9월 30일 종료예정이던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재차 연장한 것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에서 일시에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빚을 갚도록 할 경우 자칫 채무 불이행 및 금융권 부실 전이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상환 능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실질적 지원 병행을 통해 연착륙을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연장 기간을 부여한 만큼 잠재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권과 만나 “최근 예상치 못한 급격한 ‘3고’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상환 여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일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하면 대규모 부실 발생으로 금융권 부실 전이 등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장조치가 금융권 충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의 경우 기존의 단순 연장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환 능력 회복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짜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4일 출범하는 새출발기금(약 30조 원 규모) 등과 같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125조 원 이상의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복안으로 세워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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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소상공인은 이번 조치로 상환 부담을 당장 내려놓게 됐지만 금융권의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자상환까지 1년 더 유예되면서 부실 위험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국내은행의 대출연체율은 0.22%로 역대 최저치인 6월 말(0.20%)과 비슷한 상황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계속되면서 착시현장도 일어나고 있다. 2년 6개월간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에 대한 정보가 ‘깜깜이’ 상태로 지속되면서 위험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물가와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에 소상공인 대출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약 688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5.6%, 지난해 말 대비로는 8% 증가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보다 44.7% 증가했다. 이들이 빌린 다중채무금액은 같은 기간 162조 원에서 195조 원으로 20.3% 늘었다.

상환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한 새출발기금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으로 무색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원금감면을 받은 대출자들은 몇 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등 페널티를 받게 된다.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선택하고 새출발기금을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은행들도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자산 축소, 수익성 감소 등을 피하기 위해 새출발기금보다는 만기연장 프로그램을 우선 권유할 수 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 프로그램을 민생안정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얼마나 매력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