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피해 자영업·中企 대출
16.7兆 내년9월까지 상환유예
일률 연장 아닌 자율협약 방식

내달 출범 ‘새출발기금’ 통해
금리조정 등 상환 연착륙 유도

정부가 27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한다.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이후 5번째 연장으로 이번에는 대출만기는 최대 3년, 원리금 상환은 최대 1년 유예된다. 지금까지 362조4000억 원의 대출이 혜택을 받았으며 지난 6월 말 현재 57만 명의 대출자가 141조 원을 이용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및 연착륙 지원방안’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번 연착륙 방안은 종전의 4차 재연장과 다르다”며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정상영업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새출발기금, 중소기업 채무 조정 등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6개월씩 단순히 기간만 연장해 왔지만 자율 협약으로 이번에는 전환 후 최대 3년간 만기 연장을 추가 지원한다. 다만 현행과 동일하게 원리금 연체, 자본 잠식, 폐업, 세금 체납 등 부실이 발생한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환유예 조치도 내년 9월까지 최대 1년 연장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대출자가 영업을 정상화한 뒤 대출을 갚을 수 있도록 했다. 상환을 유예받은 대출자는 내년 3월까지 금융사와 협의해 유예 기간 종료 후 원리금 상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채무 조정을 희망하는 대출자를 위해 별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내달 4일 출범하는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상환 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차주별 상황에 따라 금리 등을 조정받을 수 있다. 새출발기금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에는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신속 금융지원 등 채무 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용위험평가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은 금융사별 기업개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금리 수준을 낮춘 6조 원 규모의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오는 30일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