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등 할당 관세 통해
물가 상승세 한풀 꺾였지만
고환율 계속되면 효과 반감
국제곡물값 동반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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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던 국내 물가가 다시 불안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고환율이 다시금 물가 상승에 불을 붙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환율이 추석 주요 성수품 등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수입 곡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은 1345.20원을 기록했다가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다소 내려앉았으나 불안은 여전하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던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 내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정부는 일찌감치 추석민생대책을 내놓고 성수품 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양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한편 마늘도 저율관세적용물량을 연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돼지 등 명절 기간 소비가 늘어나는 축산물에 대해서도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섰다. 돼지의 경우 지난 6월 시작된 할당관세로 총 5945t이 수입됐고, 9월까지 1만3000t가량이 수입될 예정이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소고기 역시 할당관세 적용 후 9월까지 10만 t가량의 물량이 수입될 예정이어서 수입산은 물론 한우 가격 안정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할당관세 조치도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축산물 수입업체의 경우 할당관세를 통해 들여올 물량이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해 할당관세 영향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이미 수입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해 둔 경우가 많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율이 올라도 여전히 국산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들여올 여지가 충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할당관세 효과가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추석 전까지 지속적으로 수급 관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장중 한때 1345원 가까이 치솟은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더 큰 문제는 환율이 1400원 가까이 장기간 이어갈 경우다. 밀·콩·옥수수 등 주요 수입곡물가격이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환율 급등이 최근 하락세로 꺾인 국제곡물가격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입곡물가격이 환율로 인해 불안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세의 정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북반구 주요 수출국에서 수확이 조만간 시작돼 가격도 안정추세에 접어들겠지만 환율이 불안할 경우 이 같은 긍정적인 요소도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