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주=연합뉴스) 100번째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교정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2022.5.3

국어사전, 관련 법규 등 어린이·아동·미성년자 기준 다양
여론조사에선 “12~13세까지가 아동”이라는 인식이 많아　
　
“저도 환갑이 내일모레인데 팔순을 넘긴 노모에게 안부 인사드리니 ‘아가, 코로나 조심하라’고 하시네요.” 지난해 한 은퇴 준비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짤막한 사연이다. 부모에게 자녀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까지나 아이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아이가 진짜 아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해마다 5월 5일이 다가오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애틋한 감정을 넘어 고민에 빠지곤 한다.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날과 달리 어린이날의 주인공인 ‘어린이’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각종 규정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방정환 선생이 꼭 100년 전인 1922년 처음 어린이날을 정했으니, 이런 고민은 ‘100년의 고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4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로 대개 4~5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를 이르는 개념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중학생은 ‘어린이’가 아닌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법이 정의하고 있는 어린이의 기준은 다르다. 각종 법규에서 어린 사람을 뜻하는 용어는 어린이, 아동, 소년, 미성년자, 청소년 등 다양하다. 1961년 제정돼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국제법도 비슷하다. 1989년 11월 20일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조는 아동을 만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으로 규정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법과 소년법은 19세 미만의 모든 사람을 두고 각각 ‘미성년자’와 ‘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아동’으로 봐도 무방한가. 국립국어원이 이 질문에 답한 바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누리집 질의응답란 ‘온라인가나다’에서 ‘어린이는 대개 몇 세부터 몇 세까지 아이를 이르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규정된 바가 없다”며 “관습을 고려해 쓰기 바란다”고 답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어린이와 아동이 같은 말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사전상 정의와 법률상 정의가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아동과 어린이가 겹치는 나이라면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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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범위를 폭넓게 잡는다면 민법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까지를 어린이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다 큰 고등학생을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관습을 고려하라”는 국립국어원의 답변대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어린이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3월 만 19세 이상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생애주기의 연령기준과 연령규범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의 연령 상한 기준에 대해 ‘12~13세’라는 응답이 50.3%로 가장 많았다. ‘19세 미만’이라는 법적 기준과는 확연히 다른 인식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 대형 놀이공원의 연령별 혜택 안내 내용

부모의 정성 어린 어린이날 선물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어린이 혹은 미성년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 기준도 제각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 기준 어린이 요금제를 적용받는 대상을 ‘만 6세 이상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으로 정하고 있다. 대형 놀이공원은 ‘36개월~만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어린이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영화관의 경우 ‘만 4세 이상~만 18세’까지 청소년 요금을 받고 있는데,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키즈 패밀리 클럽’이라는 어린이 요금제는 어린이를 ‘만 12세 초등학생 이하’로 정의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어린이 혜택 포스터

요즘은 5월 5일이 ‘선물의 날’로 여겨지고 있지만, 원래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에 빠진 부모라면 어린이날의 의미를 먼저 되새겨 보는 게 도움이 될 법하다.
　
박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