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학업·정서교류 약화 탓
방임·폭력 등 학대노출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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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놀 시간은 없고 공부하느라 잠은 부족….’

올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았지만 어린이 수는 5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0∼14세 유소년인구는 저출산 여파로 2020년 623만 명에서 2035년 401만 명으로 앞으로 10여 년간 약 222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아이들 삶은 고달파졌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아동실태조사(2018년)’에서 아동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였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이유로 과도한 학업 경쟁과 정서적 관계 약화 등을 꼽았다. 유소년기는 공감과 배려 등 기본적인 사회관계를 처음 형성할 때지만 각박한 현실 탓에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정서 결핍 상태에 처한다는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중산층 아이들은 대학입시에 맞춰 적성을 무시한 채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방임과 폭력 등 학대에 노출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 아이들은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 친구와 정서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부족하고 이는 불안, 우울, 게임 과몰입 등 부정적인 정서 장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아동 학대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아동 학대 사례는 3만905건이며,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3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폭언, 방임 등 정서학대 발생 건수는 2011년 909건에서 2020년 8732건으로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편, 인터넷과 방송 등에서 어린이를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에 유소년들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 ‘요린이’(요리 초보) 등 용어를 쓰는 어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1위로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가 뽑혔다. 부모 등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로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가 가장 많았다. 이어 ‘어린이에게 어른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부족한 것이 아니고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순이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