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누더기 검수완박” 박성진(가운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검찰 ‘법사위 통과案’ 비판

‘檢총장 수사현황 국회에 보고’
與野 중재안에 없던 내용 추가
외압·정치적중립성 훼손 우려

‘수사검사는 공소 제기 못한다’
“식물검찰로 만드는 졸속 법안”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6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일선 검사들은 법안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검찰 본질 훼손한 명백한 위헌” “권력수사 통제용” “누더기에 졸속” 등 최악의 법안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물론 검찰 보완수사 시 별건 수사 금지 삭제 등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 아닌 민주당 측 수정안이 통과돼 완전히 개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대검찰청은 법사위에서 통과된 민주당 측 수정안에 대해 박성진 대검 차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며 법안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검찰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수사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개정안에선 “검사는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시 ‘동일한 범죄 사실’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수사 대상을 제한했다. 예컨대, 배우 송선미 씨 남편 청부살인 사건의 경우 경찰이 ‘우발적 살인’으로 살인범만 송치했는데,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사촌이 살인교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으로는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살인교사범이 드러나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논의 과정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지만,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선 반영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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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에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인 부패와 경제범죄를 열거하며 ‘등’ 표현을 ‘중’으로 바꾼 것도 “검수완박 법에 따른 문제 발생 시 대통령령을 통한 탄력적 대응을 봉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당은 추가 협의를 통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조정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수사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 조항을 두고도 “졸속이자 위헌”이라는 비판이 검찰 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현재 주요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까지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방대한 증거자료 등 복잡한 사건에 있어 수사검사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동물국회가 식물검찰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사 검사의 기소권 제한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통과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 “검찰총장은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것 역시 여야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도 수사검사 명단을 국회에 알리지 않고 있다”며 “누가 어떤 수사를 하는지 들여보겠다는 건데, 결국 권력수사 통제용이자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6월 지방선거와 선거범죄 공소시효(6개월)를 감안해, 올 연말까지 검찰 수사권을 남겨두기로 조정한 것을 두고도 “국회 비판에 대한 입막음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검 공공수사부는 “선거 사건 수사로 인한 대혼란을 2023년 1월로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처럼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당장 연말까지 수사를 개시한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윤정선·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