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자자금 빠져나갈 우려
이창용 “물가 오르지않게 관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5월 2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처음 주재하는 자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재는 21일 취임사는 물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더구나 미국과의 기준 금리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다음 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공식화한 상황이어서 한은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0.5%, 한국은 연 1.5%로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0∼1.25%포인트다. 만일, Fed가 5월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75%포인트로 축소된다. 한은이 4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할 경우 2007년 7월과 8월 연속 인상한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이 된다.

파월 의장이 올해 3차례의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이어서 한은도 이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연말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 금리 역전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까지 빠져나갈 경우 환율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총재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처럼 물가가 오른 뒤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 취약 계층 등을 중심으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소비가 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금리 인상을 통해 기대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심리(기대 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인기가 없더라도 금리 인상의 시그널을 줘 물가가 더 오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다만,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진 터에 가파른 금리 상승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4월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