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美·유럽‘세계 경제상황 토론’ 제롬 파월(왼쪽 두 번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 미 워싱턴 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 회의 계기로 열린 ‘세계 경제 상황에 관한 토론’ 행사에 참석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파월 의장, 토론 진행자 사라 에이젠 CNBC 앵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EPA 연합뉴스

■ 美파월, 5월 빅스텝 공식화

‘20% 금리’ 폴 볼커까지 언급
ECB도 7월 금리인상 가능성

작년 美가계부채 1262조원↑
한국도 지난해 13.4조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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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21일(현지시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처음 밝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으로 ‘돈 풀기’에 나섰던 세계가 물가 상승과 민간부채 상승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서둘러 ‘긴축 전쟁’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재임 시 기준금리를 20% 수준까지 높였던 폴 볼커 전 Fed 의장을 언급, 이번 긴축 전쟁의 강도를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패널 토론에서 5월 빅스텝을 처음 언급하며 “물가가 3월에 최고점이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공급망 개선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이 개선되며 물가가 스스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는 뜻으로, Fed가 직접 빅스텝이라는 ‘큰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은커녕 점차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돈 풀기의 또 다른 부작용인 민간부채 상승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IMF는 전 세계 민간부채가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경고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부채는 3년간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0.9%,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1.3% 낮출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가계부채는 1조200억 달러(약 1262조 원) 늘어나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역시 전 분기 말 대비 13조4000억 원 늘었다. 물가 상승과 민간부채 상승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유럽도 본격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다. 특히 루이스 데 긴도스 ECB 부총재는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을 7월에 종료해야 하며 그달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말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ECB의 기존 입장에서 긴축 쪽으로 바짝 다가선 발언으로, ECB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나란히 단행했다. 두 나라 모두 22년 만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이날 또 다른 콘퍼런스에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볼커 전 Fed 의장을 언급하며 긴축 전쟁의 강도를 암시했다. 파월 의장은 “볼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싸워야 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을 죽이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불변하는 삶의 진실’이라는 믿음을 깨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볼커 전 의장은 1979년 취임 당시 11.2%였던 기준금리를 1981년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미국의 물가를 잡아낸 바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