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전방위로 실패했다. 이번 대선 결과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집권세력이 패배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음을 정권 스스로 인정한다.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이념에 휘둘린 결과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임차인과 임대인을 선악(善惡)인 양 편 가르기 해 세금·규제 폭탄을 퍼부었다. 그중 하나가 ‘임대차 3법’이다. 다행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8일 그것을 전·월세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보고 폐지 또는 축소키로 했고, 국토교통부도 그런 취지로 보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7월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2+2 계약갱신 청구권’, 계약을 연장할 때 전·월세를 5% 이내로만 인상하는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이다. 윤희숙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전세는 없어지고 전셋값은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민주당은 무시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자 경고는 현실이 됐다.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전셋값은 폭등하는 대란이 빚어졌다. 2019년까지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주택 전셋값은 지난 2년간 23.8%나 폭등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서울 월세 비중이 13.7%나 올랐다.

이처럼 임대차 3법은 임차인도 임대인도 괴롭히는 괴물이 됐다. 오는 7월부터 2년간 임대료를 높여 받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신규 계약에 대해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폐해가 더 커지기 전에 조속한 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신규 계약까지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재산권 규제가 위헌 수준이다. 인수위는 시장 상황과 입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고, 박홍근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도 “하반기에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인 만큼 민주당도 합리적 대안 마련에 협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