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레드라인 넘은 金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한 뒤 장창하(왼쪽) 국방과학원장, 김정식(오른쪽)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걸어가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화성-17형’발사 의미·전망

美 본토 위협하며 시선 끌고
韓 정권교체 시기 대응 떠봐
4∼5월 핵실험 나설 가능성

클링너 “美전략자산 전개해야”
美CNI 국장 “대화 시기 끝나”

정철순 기자,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이미지 크게보기金 친필 명령서… “용감히 쏘라”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성-17형 발사 친필 명령서에 ‘용감히 쏘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고 친필 명령을 한 것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역할과 책임을 본인이 맡겠다는 뜻을 드러낸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 ‘국방력 강화에 모든 힘 집중’ 등을 드러내면서 미국과의 강대강 대치를 지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시사 두 달 만에 직접 ICBM 발사를 지휘한 만큼 조만간 핵실험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25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3일 ICBM 발사 친필 명령서를 내리고 다음 날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에 친필 명령서를 내린 것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그가 직접 도발을 진두지휘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대결 국면을 장기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ICBM을 발사하며 레드라인을 넘어선 만큼 향후 더 파괴력이 큰 도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 다수의 차량이 포착되는 등 갱도 재복구 작업 정황도 나오고 있어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4월과 5월 한반도의 정치 일정을 보면서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정부 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도발 국면으로 진입한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 북한은 앞서 평양 순안지역에서 이뤄진 2차례 미사일 발사를 ‘위성 시험발사’로 포장했지만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ICBM 발사 도발에 나섰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미 당국의 대응을 보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초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의 중점 의제를 북한의 핵·미사일로 만들며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하루 만에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을 비방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며 미국과 상대하겠다는 전략으로, 5월에 들어설 윤석열 정부에 이러한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차기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한 억지력 강화를 주문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문화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발사는 북한이 최근 몇 년간 이어온 미사일 시험발사의 연속”이라며 “2018년 이후 축소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 카자니스 미국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도 “북한이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화의 시기는 끝났다”며 “지금은 완전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복원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 더 많은 F-35 스텔스전투기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