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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ICBM 중 최고 길이·폭
핵탄두 최대 4개까지 탑재
추력은 ‘화성-15형’의 두배
사거리 1만5000㎞ 이상 추정
美 미니트맨·中 둥펑 넘어서

북한이 24일 시험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사거리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를 넘어서는 사정거리와 현존 ICBM 중 최고 길이 및 폭을 가진 ‘괴물 ICBM’이다.

국내외 미사일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을 소형 핵탄두 2∼3개, 최대 4개까지 탑재 가능한 다탄두 ICBM으로 평가했다. 다만 고각 발사로 ICBM에 필수적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최대 정점고도 6248.5㎞까지 상승, 거리 1090㎞를 4052s(초·67분32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한 화성-15형은 고도 약 4500㎞까지 상승하고 약 960㎞를 53분간 비행, 워싱턴DC 등 미국 본토 주요 대도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준 데 비해 화성-17형은 화성-15형보다 약 1748㎞ 더 높게 상승했고, 130㎞ 더 멀리 비행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사진상으로 보면 화성-17형 1단 엔진은 화성-15형 엔진(백두산-B) 2개를 클러스터링(묶음)한 것으로 추력은 160tf(톤포스·160t의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발사하려는 새로운 대형 위성발사체(은하-X)의 1단 발사체용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화성-17형은 화성-15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모두 커진 초대형 ICBM”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직경 2.3∼2.4m, 길이 22∼24m”라며 백두산-B 2개를 클러스터링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위원은 “화성-17형은 화성-15형보다 추력이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24일 발사한 이동식발사대(TEL) 번호 321번은 2020년 10월 열병식 때 보여준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화성-17형은 미국과 중국, 옛 소련이 보유한 ICBM급이며 핵무기를 장착하기 충분한 규모”라며 “이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1t 이하의 탄두 중량으로 1만5000㎞ 정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2019년 10월에 시험발사한 신형 미니트맨-Ⅲ ICBM(LGM-30G)의 사거리는 1만3000㎞, 중국 둥펑(DF)-41형 ICBM 사거리도 1만4000∼1만5000㎞다. 화성-17형은 미·중 ICBM에 비해 길이와 폭 및 사거리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는 아직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의 ICBM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