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40여 일을 앞두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방침을 밝혔다. 임기 내내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코드 인사 등으로 반부패 수사 역량을 무력화해온 것을 감안하면, 윤석열 당선인 취임 이후 이뤄질 문 정권 권력형 비리 수사를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기소권의 엄격한 분리”라며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 제기 및 유지, 영장 청구 권한만 보유하고,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6개 범죄로 축소된 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처 등 신설 수사기관에 넘기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런 취지의 법안을 발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밀어붙이면 단기간에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현재 법사위원 18명 중 12명과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범여권 의원이 180여 명으로 본회의 처리까지 문제가 없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민주당의 속전속결 전략은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국회 재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 5년 동안 부실·축소·지연 수사 논란을 빚은 권력 비리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다. 대장동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일관했고, 성남FC 후원금 수사는 검찰총장이 자료 제공을 제지해 논란을 빚었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차일피일 미뤄져 송철호 시장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부 법인카드 유용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직접 수사 범위 확대 등을 공약했다. 취임하면 이들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는 물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자체를 수사할 수도 있다. 코드 검찰이 덮어주었던 문 정권의 새로운 비리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기를 쓰고 법으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역풍’등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윤 당선인도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