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차기 정부 내각 및 대통령실 등 공직 인사(人事)에서 추천과 검증을 실질적으로 확실하게 분리할 것이라고 한다. 시스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 분야에서 상호 견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바람직한 발상이다. 추천과 검증이 한통속이 되면 ‘인(人)의 장막’이 생기는 데, 실제로 문재인 정권을 비롯해 역대 여러 정권에서 그런 현상이 심각했다.

윤 당선인 측의 언급을 종합하면, 인사 추천은 당선인 비서실과 국민의힘 등 다양한 경로로 받되 검증은 별도의 전문가 그룹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대통령실 인사 담당 부서가 추천을 하고, 검증은 경찰과 법무부·국세청 등 외부 기관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 연방수사국(FBI)·공직자윤리국·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재산·가족 관계·이성 문제 등을 샅샅이 검증하는 미국 검증 시스템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대로 실행하는 일이다. 문 정부 인사 실패는 반면교사다. 문 대통령도 분리 모양새를 갖췄지만, 기본적으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이 검증하는 구조였다. 모두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진다는 한계도 있었지만, 친정권 코드 인사 발탁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는 게 근원적 문제다. 30명이 넘는 장관급 인사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도 없이 강행됐고, 스스로 내건 공직 불가 원칙도 장식용으로 전락했다. 이런 실패를 줄이는 첫 단추는, 추천·검증 분리가 명실상부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