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둘러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측의 충돌은 매우 볼썽사납다. 이 지명자 적격 여부가 아니라, 협의 절차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의 문제를 두고 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한은 총재 후임자를 발표함으로써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 논란에는 여러 차원의 문제가 얽혀 있다. 우선, 협의 절차에 대해 양측 주장이 너무 다르다. 청와대 측은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발표한 것”이라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협상 과정을 다 공개하겠다고 했고, 윤 당선인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실무선에서 얘기가 오간 것은 맞지만, 청와대 측은 협의로 보고, 당선인 측은 비공식 타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경위야 어떻든 핵심은 윤 당선인에게 공식 보고됐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진짜 의도에 관한 의문이다. 청와대는 이 지명자는 윤 당선인 측도 환영할 만한 사람인만큼 ‘선물’로 줬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은 공석인 감사위원 2명에 대해 ‘코드 인사’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의심한다. 2명 중 1명이라도 문 대통령이 친정권 인사를 임명하면, 감사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 정권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이 헌법 권한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휘둘러선 안 된다. 인사권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다. 당선인과 합의하거나, 그러지 못하면 인사를 늦추는 게 대선 민의에 부합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비공식 타진과 별개로 당선인 의중이 반영되는 공식 절차를 거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