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1억 손배소 제기했지만
李, 소장 3주 동안 수령 안 해
법원에 소장열람은 별도 신청
“의도적 시간끌기 꼼수” 비판

李측 “대선일정 바빠 못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조카가 연루된 살인 사건을 변호하고서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해 물의를 빚은 뒤 유족이 제기한 1억 원대 민사소송의 소장이 3주 동안 수령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후보가 그 사이에 법원에 소장 열람을 신청한 것을 두고 재판 지연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 2021년 11월 26일 자 9면 참조)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부장 이종엽)은 지난달 15일 이 후보 자택으로 원고 측 소장을 전달했지만, 엿새 뒤 ‘폐문 부재(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되지 않았다. 법원은 거주지를 재차 확인해 같은 달 27일 소장을 재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법원에 소장 열람 및 복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보낸 소장을 받지 않고 별도 소장 열람 신청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열람을 통해 소송 내용을 파악하되, 법적 효력이 있는 소장 수령은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나 법률 대리인이 소장을 직접 수령해야 이후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 후보의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직접 소장을 송달받지 않으면 소송이 지연되는 구조다. 실제 이 후보 측 소송답변서 제출 및 변론 기일 지정 등 소송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소송은 이 후보가 2006년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 가해자의 변호를 맡은 것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히면서 발단이 됐다.

이 후보 조카 김모 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이 후보는 당시 1·2심 변호를 맡아 심신미약이라며 감형을 주장했다. 딸과 아내를 잃은 피해자 A 씨는 지난달 9일 이 후보를 상대로 조카를 심신미약이라고 허위 변론한 점과 계획 살인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부분 등을 이유로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 씨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 후보 측이 답변서 제출을 미룬다면 무변론 판결을 내려달란 요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일정이 바쁜 관계로 소장 송달을 직접 받지 못했으며, 열람 신청은 소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재판 지연 의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지난 2일 오후 법원에서 보낸 소장을 송달 받았다고 뒤늦게 알려왔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