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혐의 전면 부인 화천대유자산관리 최대주주 김만배 씨가 12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14시간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면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사건의 배임·뇌물 혐의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조사 뒤 말바꾼 김만배

그분 존재 놓고 입장 오락가락
윗선 차단 ‘꼬리자르기’인 듯

檢측 “金, 발언 여부 인정하되
녹취록 신빙성은 떨어뜨리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자회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그의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씨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가 검찰 조사 후 “그분” 발언을 인정한 것을 두고 이른바 윗선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야당에서 ‘그분’은 이재명 경기지사라고 공세를 하고 있는 이상 대장동 개발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를 상대로 한 검찰의 로비 의혹 수사도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12일 김 씨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조사를 마친 직후 취재진 앞에서 “(녹취록 속 ‘절반은 그분의 것’이라는 언급은) 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구(舊)사업자 갈등을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이라며 ‘그분’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발언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지사와는 관련 없는 ‘대장동 패밀리’ 간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해명한 셈이다. 앞서 김 씨 측 대리인은 천화동인 배당금 절반이 그분 것이라고 녹취록에 언급됐다는 보도에 대해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사실과도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재경지검의 한 관계자는 “14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녹취록 속 자신의 발언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김 씨가 ‘그분’ 발언을 인정한 것은 더 이상의 의혹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법조계에선 김 씨가 줄곧 녹취록 속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본인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도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 “녹음되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포함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날도 김 씨는 “(녹취록 생성 및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과 한 번도 진실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녹취되고 있는 걸 알면서 “성남시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 원” 등 본인에게 불리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된다.

김 씨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녹취록 속 ‘그분’을 둘러싼 진위는 검찰이 규명해야 할 핵심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김 씨가 존칭을 쓸만한 위치나 권한을 가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포함해 성남시 관계자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인허가 업무를 담당한 실무진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도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는지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주 중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정선·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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