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비판 봉쇄한 ‘현대판 분서갱유’… 위헌 알고도 입법독주”

이미지 크게보기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9일 국회 문체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낙중 기자

■ 국내외 “언론자유 조종” 비판

법조계·학계 “與 다수의 횡포
국민 눈·귀 멀게 해 민주 퇴행”

국제 언론단체들도 잇단 비판
“韓, 최악 권위주의 정권 될 것”

“다수의 입법 독재가 끝내 언론의 자유를 죽였다” “위헌 판결받을 법안을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강행했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정치적 목적의 입법독재’ ‘언론자유의 죽음’ ‘정권 비판 원천봉쇄’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식의 법안 내용도, 국회에서 강행 처리되는 과정도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횡포이자, 다수당의 권력을 앞세운 ‘입법 독재’라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위헌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을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강행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 비판과 같은 불리한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라며 “언론 정화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어서 180석을 앞세워 국회의 모든 절차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이날 “이 같은 입법 독재의 정치 행태는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막아야 한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면에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서 있다는 것이 더 참담하다. 야당은 왜 이리 무력한지, 악법을 막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언론학회,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기구는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60개국 1만5000곳의 회원사를 둔 세계신문협회는 “‘가짜 뉴스’라는 개념은 필연적으로 해석의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실상 자유로운 비판적 토론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국제언론인협회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법안은 대선을 앞두고 비판보도를 막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한국의 언론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토론회도 일관된 비판의 토론장이었다.

토론자로 참가한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대로 가면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04년 여당이 신문법을 강행하다가 위헌 결정을 받았다. 법안 취지가 중요하니까 일단 만든 후 차차 고치면 된다고 하는데 이건 그런 종류의 법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인구·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