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언론 재갈법 멈춰라” 유상범(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등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野 저지에도 문체위 전체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강행
“25일 본회의에서 매듭 지을것”

‘가짜뉴스 잡겠다’는 명분하에
위헌 소지 다분한데 일방 처리
“대선 앞두고 정부 비판에 재갈”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내외 언론단체와 야당 등의 반대가 거셌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여하고 언론사 매출액을 손해배상액 기준으로 삼는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에도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언론 자유의 조종(弔鐘)이 울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가짜뉴스로부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제한다는 법 취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야당과 언론계 의견을 꾸준히 경청했고 여러 요청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문체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까지 잘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날(18일) 안건조정위에서 잇따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매듭을 지었다. 문체위원 16명 가운데 범여권이 9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민주당은 언론계와 야당의 의견을 수렴한 수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독소 조항이 그대로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명예훼손죄 등 기존 규제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중 처벌 소지가 있다.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도 모호해 재판부 성향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우려도 있다.

법안 처리 과정도 일방통행식 입법 독주 등 비민주적이었다.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해 수정안을 만들어 표결에 부쳤다. 총 6인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서도 언론개혁 강경파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해 범여권이 의결정족수인 재적 위원 3분의 2(4인) 이상을 확보했다. 법안 숙의를 위해 최대 90일의 활동 기간을 보장한 안건조정위 취지를 무력화했다.

야당과 학계는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로 이를 끝까지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대한민국 언론 자유가 끝났다는 조종이 울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의회정치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입법 독재를 하는 정치 행태는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법안을 강행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 비판과 같은 불리한 보도가 쟁점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중재법 강행과 관련, “국회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손우성·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