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조항 곳곳 위헌 소지

권력비판을 허위기사로 몰 수도
학계 “이중처벌, 과잉금지 위배”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며 언론계와 야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법안을 수정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이 모호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내용이 그대로 남는 등 독소 조항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19일 나온다.

범여권이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개정안 제30조의 2에는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애초 최대 3배 수준으로 논의됐지만, 언론개혁 강경파와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압박으로 최대 5배로 최종 확정됐다.

학계와 야당은 명예훼손죄 등 현행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중 처벌 여지가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특정 영역을 규제하는 법률 또는 규칙에 명시하기보다는 사실상 법원의 판결로 제도화됐다”며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손해배상액 범위를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한 부분도 매출액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허위·조작보도의 개념도 두루뭉술하다. 개정안에는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인터넷뉴스서비스·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하지만 보도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어렵고, 직접 작성한 기사뿐 아니라 매개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자기 책임과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허점이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