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플랫폼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축 가능해졌지만
중소형 은행은 “핀테크와 함께”
은행간 입장 달라 실현 미지수

시중은행과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갈등을 빚었던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과 관련해 은행들이 ‘독자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돼 1700조 원 규모의 가계대출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은행들 사이에서도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실제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10월을 목표로 전 금융권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 앱을 통해 전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 금리를 비교한 뒤 기존 대출을 쉽게 갈아타기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인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나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를 꺼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기존 대출 고객군이 크기 때문에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에 들어갈 경우 고객을 뺏길 가능성이 컸다.

그러자 금융위는 은행들이 공동으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지난 6일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은행권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주도의 공동 플랫폼에 대해 금융위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출시된 핀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은행들이 참여를 원치 않으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안다”며 “은행이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도적 환경은 마련됐지만, 실제 은행권 공동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에서도 입장이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중·소형 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오히려 대형 시중은행 고객이나 빅테크와 핀테크가 보유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은행들과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 등 중소형 은행들은 핀테크나 빅테크 업체와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월에 출범 예정인 금융당국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주요 은행들이 이탈할 경우 절름발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임대환·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