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 기자회견에서 ‘집값 원상회복하라’는 피켓을 들고 “문 정부의 부동산 통계는 거짓”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경실련 “文정부 통계 왜곡”

작년 신년회견 이후도 27% ↑
취임뒤 집값 5.7억 오를 동안
소득은 298만원 늘어 ‘192배’

“소주성 내세우더니 거품 성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두 배가량으로 올라 월급을 모아 구입하기 어렵게 된 서울 아파트 가격을 연도별로 제시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간 93%,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 발언 이후에도 27% 상승했다고 밝히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내세우더니, 아파트 가격 불로소득이 주도한 ‘거품성장’만 이뤘다”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23일 경실련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었는데, 원상회복(2017년 5월 취임 이전 수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 당시 서울의 30평 아파트 가격은 9억4000만 원 정도였다. 이 발언이 무색하게 서울 아파트값은 1년 뒤인 올해 1월 약 1억7000만 원(3.3㎡당 559만 원)가량 늘었고, 올해 5월 기준으로는 8000만 원(276만 원)가량 상승해 11억9000만 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월 문제 발언 이후 27%(2억5000만 원) 폭등했다.

경실련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실질 소득 증가 폭보다 훨씬 커지면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기간도 더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가구당 가처분소득(세금 납부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나 지출할 수 있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서울 30평 아파트 매입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5월 아파트값은 한 채당 평균 6억2000만 원,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4520만 원으로 가구 소득을 모두 모은다면 아파트 매입에 14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 기간은 크게 늘어나게 됐다. 문 정부 4년 동안 아파트값이 5억7000만 원(93%)이 올랐으나 실질소득은 298만 원(7%)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액이 소득상승액의 192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경실련은 소득 전액을 모으더라도 아파트 매입까지 25년가량이 걸려 전보다 소득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11년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아파트 매입 기간도 4년 전보다 늘어나 서민은 강남 아파트 구입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의 경우 2017년 5월 기준 30평 아파트값은 13억 원이었다. 이 당시 처분가능소득은 4520만 원으로 ‘내 집 마련’에 드는 기간은 29년이었다. 그러나 4년 동안 아파트값이 10억9000만 원(84%) 올라 23억9000만 원을 기록한 반면, 소득은 298만 원(7%) 오른 4818만 원에 그쳐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21년이 늘어 5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 상승액이 소득상승액의 365배에 달하는 수치로, 사실상 월급 모아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소득 하위 20% 이하 저소득층이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한 기간도 (문 대통령 취임 초기엔) 150년이었으나, 지금은 237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문 정부가 내세운 소주성은 사실상 불로소득이 주도한 거품성장만 이뤘다”며 “집값과 관련한 왜곡된 통계를 개혁해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근본적인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