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1분기도 ‘부동산 지수’ 21P↑
한은 “가격폭락 우려” 직접 경고

부동산 발(發) 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된 처지여서, 부동산 문제가 현 정부 임기 말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지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직접 부동산 자산 시장의 거품(버블)을 지적하고 나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문 정부 들어 소득 수준 대비 급등한 주택가격과 그동안 누적돼 온 주택 대출 등이 향후 주택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직접 주택가격의 폭락 가능성을 예측해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내 최고 분석력을 자랑하는 중앙은행의 경고라는 점에서 여타 기관들의 경고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자산가격 지수는 올해 1분기 100을 기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79.0)보다 21포인트나 상승했다.

실패한 정부 부동산 주택정책에 불안함을 느낀 국민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3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하는 등 주택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빚은 늘었지만 소득 수준은 나아지지 않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 1분기 171.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기업과 금융기관들 역시 부동산 대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의 비주택담보대출(3월 말 현재 266조 원) 증가세가 2019년 7.7%에서 지난해 13.5%로 확대되고, 그 비중도 62.1%에서 64.2%로 높아졌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이 증가액의 87.0%를 차지하는 등 부동산 개발과 임대 관련 투자 수요가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한은은 기업대출의 부동산·건설업 비중이 53.2%에 달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기업 여신 중 부동산업 관련 대출이 지난해 45조6000억 원 증가했는데,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액(24조9000억 원)이 은행권(20조6000억 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을 타고 제2금융권의 부실로까지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