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백신 외교’ 조언
“반도체공급망·5G 협력 등
美에 제시할 반대급부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가 안보와 경제, 민생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백신 대란’을 헤쳐나갈 정부의 백신 외교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국 기업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한 배경에는 끈끈한 미·일 공조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도 미국이 중시하는 쿼드(Quad), 반도체 공급망, 5세대(G) 네트워크 등을 반대급부로 삼아 대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일 통화에서 “미국이 쿼드를 통해 백신 협력을 하겠다고 못 박았는데 쿼드에 들어가지 않은 한국 입장에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반도체 공급망 등에 협조할 수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 ‘중국에는 반도체를 하나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도 없는 만큼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반도체 문제나 5G 네트워크 같은 부분은 미국과 공조하는 게 한국에도 유리하다”면서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세계 표준이 미국, 일본 주도로 만들어지면 한국은 후발주자가 되고 결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 편에 서지 않고 미국 편에 서는구나’를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공개적으로 주고받으려 하기보다는 ‘비연계의 연계’를 통해 정교한 외교전술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멈춰 있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제 협력과 코로나19 대응, 백신 협력 등 양국 간 현안에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로 계획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과 백신 공급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앞서 미·일 정상회담 계기에 백신 추가 확보 성과를 거둔 일본 사례를 참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한의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적·외교적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