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항의 뚫고… 김종인(우산 밑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광주를 찾아 대학생 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5·18 민주묘지로 들어서고 있다. 계란투척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당 관계자들이 우산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18 묘역 찾아 고개 숙여
임기 1년간 6번 호남 방문

호남민심 수도권 영향력 커
‘정권탈환 위해 필수’ 판단

오세훈 확정후 첫 행보 주목
‘보선 넘어 대선 큰그림’ 분석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자마자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회복행보에 나섰다. 그동안 “호남의 지지 없이는 정권 탈환이 요원하다”며 호남에 공을 들인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내년 대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내 윤상원·박기순·박관현 열사 묘 앞에서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5·18정신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임무를 마쳐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기 전에 다녀가려고 (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임기 1년의 비대위원장이 호남을 6번이나 찾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며 “호남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는 위원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무릎 사과를 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수도권에 영향력이 있는 호남 민심을 달래고 당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호남 출신의 정양석 전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 중 25%를 호남 인사로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영남 정당’으로 쪼그라든 현재의 당 체질로는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탈환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야권단일화 정국에서도 당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열세였던 오 후보가 역전극을 이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 초만 해도 대세로 통했던 안 대표를 꺾고 올라서기 위해 안 대표를 시종일관 벼랑 끝으로 몰았다. 후보등록일(3월 19일) 전 ‘유선 10%’를 반드시 여론조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압박해 협상을 결렬시키고, 결국 여론조사를 주말이 아닌 평일로 가져간 뒤 ‘무선 100%’ 방안을 수용한 것도 김 위원장의 묘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에 대해선 “가능성이 제로”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최종 승리하고 국민의힘 5년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어낸다면 ‘2기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희 기자, 광주=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