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생활 간섭에 폭언까지
극단 선택·경찰수사로 이어져

체육계 등에서 촉발된 과거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직장 내 언어폭력 및 왕따 등 ‘직장폭력’으로 옮겨붙고 있다. 온라인에선 직장폭력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대기업 사원의 유서 형식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직장인들의 사망을 놓고 직장폭력과의 연관 여부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2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직장 상사로부터 직접 경험한 직장폭력을 온·오프라인에서 고발·폭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은 부서원들에게 직장폭력을 가한 상사 A 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쉬는 날 오전에도 부하 직원들의 사생활에 간섭하고, ‘슬리퍼를 신지 말라’고 강요하면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3년 전부터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취지로 부하직원으로부터 최근 신고당했다. 감사실은 처분서에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했다.

지난 18일에는 공공기관 직원이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중앙부처 출신 상급자의 언어폭력으로 정신과 치료를 오랫동안 받았고 폐쇄병동에 2차례 입원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상급자가) ‘멍청한 거다’ ‘개념이 없다’ ‘가만 안 둔다’ 등 폭언과 욕설을 쏟아내 모욕죄로 고소했는데 증거불충분이란 결과가 나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이라고 썼다. 앞서 17일에도 카카오에 다니는 직원이 ‘안녕히’라는 유서 형식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최근 직장인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과 맞물려 직장폭력 여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투신 사망한 30대 남성의 아내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남편이 상사의 폭언과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지만, (폭언 논란 등에 대해선) 동료들이 출석 조사를 받지 않고 있어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