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문건 압수수색 관련
공정·정당성 의심사유 발견”

대검찰청이 ‘위법 압수수색’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25일 대검 감찰부 감찰3과의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8일 발표했다. 대검 감찰부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단이 되레 서울고검의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번 지시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지휘로 이뤄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해충돌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지휘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검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수사 의뢰된 검찰총장에 대한 ‘재판부 분석 문건’ 사건과 함께 대검 감찰부를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서울고검으로 배당해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조 차장의 지시로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졌던 각종 법령·절차 위반에 대해 조사하던 중 중앙지검 포렌식 수사관들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정책관실은 이날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휘에 따라 수사 참고자료를 근거로 법령상 보고의무를 위반한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 피의자로 입건하고,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팀의 협조를 받아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그 진행 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와 사전에 모의하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착수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인권정책관실은 또 “한 감찰부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하여 법무부에 전달하였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는 등 수사착수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제 법무부의 재판부 사찰문건 관련 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추 장관 측 인사로 분류되는 심재철 검찰국장과 한 감찰부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3명이 최초 제보자, 전달자, 문건 수정자로서 역할을 한 사실이 법무부 감찰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허 감찰3과장은 “한 감찰부장이 문건을 이 같은 방식으로 확보했을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스스로 수사 중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