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무회의 참석하는 秋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尹직무정지·징계’ 법무부 작전 재구성

秋 ‘尹징계청구’발표1시간전
‘문건작성자 진술 청취’ 지시
결론 정해놓고 몰아붙인 정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주요 비위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나 법리 검토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무정지와 징계청구 결정을 내린 정황이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의 구체적인 진술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은 11월 24일 직무정지 명령을 내리기 전에 핵심 측근을 주축으로 한 ‘5인 회의’에서 류 감찰관에게 해당 결정을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힌 류 감찰관을 ‘패싱’하고 친정부 성향 검사들과 답을 정해놓고 윤 총장을 조직적으로 몰아내려 한 것”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복수의 감찰위원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명령, 발표하기 4시간 전인 지난달 24일 오후 2시 10분쯤 추 장관 주재 아래 조두현 정책보좌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김태훈 검찰과장, 류 감찰관,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총 5명이 추 장관 집무실에 모였다. 추 장관 집무실 책상 위에는 징계청구서 초안과 보도자료, 발표자료 등이 이미 놓여 있었으나 정작 류 감찰관은 회의 내용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들어갔다고 감찰위원들에게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회의는 윤 총장 징계 혐의 관련 법리 검토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회의 소집 3시간 50분 뒤에는 직무정지 명령 및 징계청구 발표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됐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관련 2차 보고서를 작성, 완료한 시점은 같은 날 오후 2시 36분쯤인데, 이때도 결론은 “윤 총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성립은 어렵고 추정과 가정 아래 (박 감찰담당관이 지시한) 직무상 의무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검사는 발표 1시간 전인 오후 5시쯤 진상조사를 위해 문건 작성자로 추정됐던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연락해서 진술을 청취하라는 박 감찰담당관의 지시를 받은 상황이었다. 진상조사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윤 총장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고 일사불란하게 몰아붙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류 감찰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 명령 전날인 11월 23일까지도 ‘감찰번호’ 생성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만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의 지시”라는 이유로 박 감찰담당관이 류 감찰관을 패싱한 것이다. 이 검사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실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이 내려진 사흘 뒤에야 법리 검토 보고서 완성본(3차)이 만들어졌다.

당시 회의 참여자를 놓고도 법조계에선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암행과 보안이 요구되는 감찰 관련 회의에 검찰국장과 정책보좌관이 무슨 이유와 근거로 들어갔는지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윤 총장 징계청구에 앞서 추 장관 측근들이 모여 ‘작전’을 세운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내쫓는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 법리 검토 등 관련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정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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