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도 기록 전부 본적없어”
박은정, 감찰위원회서 진술

지난 1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청구에 반발해 소집된 감찰위원회에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정상적인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비정상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감찰위에서 “감찰 사항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장관조차 감찰기록을 전부 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며 각종 뒷말이 나오고 있다. 류 감찰관은 박 감찰담당관의 직속상관으로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 당해왔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뒤집어 말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기록조차 제대로 다 읽지 않고 애초부터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방침을 굳히고 밀어붙였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감찰담당관은 감찰위에서 윤 총장 부부가 한동훈 검사장과 휴대전화로 통화·문자 등을 주고받은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찰위의 요청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지난 1일 감찰위에 출석해 “지난달 24일 오후 2시 36분쯤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2차 보고서를 박 감찰담당관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감찰위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기록을 정말 빼기 싫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검사는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윤 총장의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적은 보고서가 삭제됐다”고 ‘양심선언’했던 인물이다. 사실상 ‘끼워 맞추기식 억지 징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감찰담당관의 강요로 의무 없는 일(기록 삭제)을 했다면 명백히 직권남용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