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안전할까…’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사고 속출로 불안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5일새 5명 사망 ‘비상’

4명이 노년층… 전국적 발생
“올핸 백신접종 포기해야할듯”
정부는 아직 원인파악도 못해

대부분 적정 보관온도 안지켜
평가서는 90% 이상이 “잘함”

‘사망 속출하는데 맞아도 되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국가 백신 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7세 청소년의 사망 이후 전북 고창에서 70대 노인, 대전에서 80대 노인에 이어 21일 제주와 대구에서 각 60대, 70대 노인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지만 정부는 대책은커녕 뚜렷한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상적인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사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백신 접종 환경이나 유통·보관 등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다수의 지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백신 보관 온도를 부적절하게 했음에도 정부의 방문 점검에서는 ‘잘함’ 이상의 평가를 받는 등 이전의 백신 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독감백신을 맞은 80대가 숨진 대전에서는 21일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모(45) 씨는 “독감백신을 맞은 후 숨지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아버지(78)는 올해 독감백신 접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무료접종 대상자 외에 유료접종 대상자인 20∼50대 청장년층에서도 접종 기피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장인은 “동료들 사이에서 당분간 백신 접종하면 안 되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론 과거에도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시는 분들이 종종 나와 부검해보면 접종을 위해 보건소 밖에 줄을 서 기다리는 등 기후 환경 스트레스 때문에 기저질환이 악화돼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부는 빨리 원인을 파악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던 청소년의 경우 백신 온도 유지 실패에 따른 오염 등으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백신 무료접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의료기관 입장을 제한하면서 노인들이 의료기관 밖에 오랜 시간 줄지어 기다리면서 맞는 상황이다.

백신 관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다수 보건소 및 의료기관에서 백신 보관 적정 온도인 2∼8도가 유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지역 보건소 39곳 중 24곳, 의료기관 47곳 중 36곳의 백신 보관 냉장 온도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에서 한 2017년 점검에서는 ‘적정 온도 유지 여부’ 평가 항목에서 1만522개 의료기관 중 60.1%가 “매우 잘함”, 37.4%가 “잘함” 평가를 받았다. 또 의료기관 2119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용 냉장고는 단 559곳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냉장고는 일정 온도를 정밀하게 유지 가능하며 전기 차단 시 내장 배터리가 사용되는 기능 등이 있어 온도에 예민한 의약품 보관에 특화돼 있다. 백신 유통뿐만 아니라 일선 의료기관의 보관 과정에서도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이뤄져 온 셈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5건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정밀부검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다음 주 초 나올 예정이다.

최재규 기자, 대전=이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