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 기후와 포스트 코로나

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
세계 각국은 이해따라 각자도생
기상 이변으로 경제손실 커지자
기후변화대응 협력 필요성 절감
EU·加·中 등 기후행동장관회의

작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손실
전 세계에서 1000억 달러 집계
2050년엔 8조 달러 전망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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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올 들어 홍수와 폭염 등 자연재해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연대·협력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오히려 전 세계는 ‘사분오열’ 상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기후변화에 따른 동물 서식지 붕괴와 이에 따른 인간과의 접촉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슈퍼파워’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이후 범지구적 협력은 와해 직전이다. 올 들어서만 중국 홍수와 시베리아 폭염, 호주·미국의 대형 산불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2050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8조 달러(약 958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美 파리협약 탈퇴로 글로벌 협력 급속 약화 =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파리협약 탈퇴 통보 이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으며, 탈퇴 의사를 유엔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탈퇴는 통보로부터 1년이 지나는 오는 11월 3일, 즉 미국 대선일부터 발효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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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탈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의견 차로 존립이 위태로운 파리협약에 결정타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도 결국 참여하지 못했던 미국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잠시 파리협약에 참여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어서 각국의 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탈퇴 절차를 시작한 이후 열린 칠레-마드리드 기후변화 총회(COP25)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했다. 당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단상을 점거하려다가 회의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탄소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면 1위인 중국의 참여 유지도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5년 기후변화총회(COP21)에서 체결된 파리협약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에 대해 전 세계가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2030년까지 25∼28%, 중국은 2030년의 목표연도 배출전망치 대비 37%의 감축 목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다른 국가들이 연대·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미국의 탈퇴 선언 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기후행동장관회의(MoCA)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 위기 급증하면서 피해도 눈더미 = 글로벌 협력이 느슨해지면서 온실가스 농도는 갈수록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2015∼2019년 지구 기후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20% 높아졌다고 밝혔다.

올 들어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도 급증하면서 발등의 불이 됐다. 중국 남부지역에선 지난 6월 초부터 한 달 넘게 폭우가 계속되면서 1998년 이후 ‘최악의 홍수’가 발생, 3400만 명의 이재민과 695억 위안(11조9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홍수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무리한 토지 매립’을 꼽았다. 쑹롄춘(宋連春) 국립기후센터 기상학자는 SCMP에 “기후변화가 이번 홍수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가 기후를 변화시켜 비정상적인 폭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도 지난 6월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기온이 38도를 기록해 18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평시 6월 기온이 20도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WA)’은 연구 결과 “인간의 영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시베리아 폭염 연구는 이제까지 조사된 그 어떤 극단적 이상기후 사건보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사이 강력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크리스천에이드는 지난해 기준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을 약 1000억 달러로 집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50년에는 이 같은 손실이 총 8조 달러에 이를 것이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잠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도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2∼2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