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북 부안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와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文정부의 ‘그린 뉴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발표한 160조 원짜리 ‘한국판 뉴딜’ 정책엔 ‘그린뉴딜’이라는 이름표를 단 기후변화 정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린뉴딜을 통해 얼마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어떤 방식으로 줄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와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그린뉴딜이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탄소 저감 목표 등 ‘알맹이’ 빠진 그린뉴딜 = 정부는 지난 14일 그린뉴딜 계획을 공개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예산 73조4000억 원을 투입, 65만9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뉴딜을 통해 5년 뒤 온실가스를 1229만t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2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약 20.1%를 차지하는 양이다. 다만 사업별 감축 효과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기후변화 극복 방안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과 실현 시점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발표에는 그간 환경단체들이 주장해 온 ‘넷 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시점이나 탄소 배출 추가 감축 계획 등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대신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는 언급만 포함됐다. 기후 변화가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관련 정책의 목적, 정확성이 미흡할수록 대응에 취약한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뉴딜에 대해 “목표 없는 그린뉴딜로는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간담회에서 “한국이 국제사회 일각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비판받는다”며 “한국이 미세먼지, 대기 질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5위·36위에 해당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주요 7개국(G7)에 들어간다”며 “이런 오명은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2034년 목표치가 1990년 당시 수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며 “갈수록 잘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청와대 “시공 중 필요하다면 설계도 바꾸는 것”= 비판이 계속되자 김용범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견을 밝혔다. 김 차관은 “탄소 중립 비전은 그린뉴딜에 명확히 표현돼있으나 목표 연도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구체적 내용이 올 연말 제출될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에서 다뤄질 예정이라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특히 제조업 비중이 크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가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한다는 비전을 선언하고, 나아가 탄소 중립을 궁극적 목표로 내세운 것은 획기적인 방향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 전략과 계획을 완전히 완성된 형태로 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이를 건축 과정에 빗대 “시공하면서 필요하다면 설계를 바꾸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십조 원 규모의 기후변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뚜렷한 방향성이 없고 정책 의지도 강하지 않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