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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두고 與와 갈등
대통령은 홍 부총리‘재신임’

“예스맨의 소신 행보도 다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네요.”

정부 관계자는 최근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도 높은 어조로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하면서 그동안 홍 부총리가 여권과 빚은 갈등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풀리는 모습이다. 홍 부총리도 29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의 수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 타워가 자신임을 대내외에 알렸다. 문 대통령은 전날 홍 부총리가 사령탑임을 천명한 뒤 “경제 중대본으로 모든 부처가 혼연일체가 돼라”고 당부했다.

그간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을 두고 여당은 물론, 자신의 ‘바로 윗상사’인 정세균 국무총리와도 갈등을 빚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취임 이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그늘에 가려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은 물론, 여당의 각종 복지정책 확대에 대해 재무관료로서 쓴소리 한번 못하고 돈을 다 퍼주는 ‘예스맨’ ‘여당 ATM기’란 조롱도 받았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의 출신(강원·한양대)을 그가 기재부 조직 내부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한 이유로 꼽는 이들도 있다. 그런 홍 부총리가 총선에서 대승한 여당이 공약에 따라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는데 홀로 ‘소득하위 70%’를 고집했다.

이 같은 홍 부총리의 ‘돌발적인 소신’ 행보의 배경에 대해 조직 내부도 처음엔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조만간 있을 개각을 대비해 ‘본연의’ 재무관료 역할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누가 봐도 향후에 문제가 발생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본인 손으로 처리하고 싶지 않음은 물론, 재정 건전성을 팽개친 재무관료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상대방을 많이 의식하고 꼼꼼한 성격인 홍 부총리가 여권의 무작정 퍼주기 재정정책에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VIP(대통령)가 재무관료로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홍 부총리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중대본을 맡긴 것을 볼 때, 그의 최근 돌발 소신의 근거는 VIP”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지금까지의 소신 행보는 향후 정책 추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