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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 대북정책

北, 9·19 남북 군사합의 어기며
방사포 등 신형무기개발에 박차

文대통령, 對北 개별관광 신년사
北으로 개별관광 자금 유입되면
대북제재에 빈틈 생겨 취지훼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는 힘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이후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한반도 평화’에 주력했지만, 취임 4년째를 맞은 현재 남북관계는 극심한 경색 상태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 3월 4차례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측을 겨냥한 미사일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올해 초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고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제안한 북한 개별관광 카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 논란 속에서 한·미 동맹마저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궁극적으로는 2008년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일각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을 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말릴 수 있으며, 결국 이해당사자인 한국이 향후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는 협상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개별관광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제안한 북한 개별관광은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다면 언제든 다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남측 제안에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중국에 국경 봉쇄 조치를 하면서 경제난이 심화한 북한이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관광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별관광이 대북제재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개별관광은 금강산 관광과 달리 특정 기업에 의해 대량의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한·미 간 공조”라는 원칙적 입장만 밝히면서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개별관광이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대북제재의 빈틈을 만들어 제재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관계가 막힌 상태에서 제3국을 통한 관광 추진이 중국에 레버리지(지렛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 정부의 친중 성향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중국을 통해 현재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을 움직이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때 한·중이 연대하면서 미국에 맞서는 형국이 형성될 경우 한·미 동맹에 금이 갈 것이라는 우려다.

◇장기적 차원에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추진 = 정부의 개별관광 추진이 금강산관광 재개, 더 나아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서막’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실제로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3월 11일 “마스크 생산량 확대를 위해 개성공단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군불을 피워놓은 상태다. 하지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역시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크다. 개별관광에 이어 금강산관광 등까지 추진한다면 한국이 나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흔드는 모양새가 되면서 지난 2년여 간에 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노력이 완전 와해될 수 있다. 이 경우 한·미 공조는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 또 북한이 금강산관광 등을 통해 얻은 현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가능성도 크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국은 대북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대북제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정부가 제재를 흔들 경우 다른 나라들이 연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北의 잇따른 도발로 형해화된 9·19 군사합의 = 문 정부가 최대 성과로 홍보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군 전문가들은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남북 간 대규모 군사훈련·무력증강 문제 협의 등은 사실상 우리 군을 무력화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대규모 취소 또는 축소되면서 대북 군사 대비 태세가 허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북한이 2019년 11월 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에서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북한이 지난 3월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4번이나 실시한 것 역시 군사적 긴장 완화를 명시하고 있는 9·19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위반 사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9일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도의 입장만 표명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미사일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도발을 상시화하며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하는 수준까지 개발을 진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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