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열공’ 재수생 vs ‘학습 공백’ 高3

4차례 등교 개학 연기 끝에 다음 달 9일부터 전국 유·초·중·고가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에 들어가면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실시일도 오는 12월 3일로 2주 연기될 가능성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하지만 고3 수험생과 학부모의 우려와 불만은 전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미 기숙학원, 대형입시학원 등을 중심으로 ‘열공 모드’에 들어간 재수생과 달리 학사일정 차질로 고3 재학생은 불리한 입장에서 입시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푸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특히 5월 중·하순으로 미뤄진 중간고사부터 이후 기말고사와 모의고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수능에 집중할 수 없는 연쇄적인 ‘학습 공백 도미노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밝힌 한 고3 수험생은 “사교육 받을 처지가 못돼 전적으로 학교 수업에 의존하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데 원격수업으로는 학습량을 충족하지 못할 것 같다”며 “대학만 갈 수 있으면 점심시간에 비닐장갑을 끼고라도 밥을 먹을 테니 고3만이라도 등교개학을 허용해 달라”고 역설했다.

반면 같은 날 경기 광주시 A 대입 기숙학원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사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재수생을 상대로 한창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애초 이 학원은 감염 우려 때문에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학생들을 귀가시킬 예정이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취소하고 단체 모의고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학원에 다니는 한 재수생은 “같은 수험생 처지에 유불리를 따지는 게 크게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아무래도 재학생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수능 준비에 몰입할 수 있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능은 도입 이래 세 차례 연기됐는데, 그때마다 재수생이 평년보다 더 강세를 보였다. 부산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2005년과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벌써 재수학원을 알아봐야겠다는 하소연이 주변에서 흘러나온다”면서 “올해는 재수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시전형에 ‘올인’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