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식 이모저모

내외신 모두 한국수상에 관심
“‘기생충’나라서 왔나”환영인사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관심은 ‘기생충’으로 쏠렸다.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 등 ‘기생충’ 주역 13명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미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50여 개의 상을 받은 봉 감독이었지만 한국영화에는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아카데미라는 ‘왕관’에 감격스러워 했다. 외신들도 ‘기생충’의 수상을 반겼다. 약 220여 매체가 함께 앉아 시상식을 지켜본 인터뷰룸에서는 각본상 수상작으로 “패러사이트~!”가 호명되자 큰 환호와 함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 기자단에 축하를 건네는 외신 기자도 있었다. 중국 텐센트의 씽씽샤오 기자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이 ‘1917’을 꺾고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봤다”며 “중국에도 반지하(semi basement)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기생충’처럼 이를 계급의 문제로 자세히 다루며 놀라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와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이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각색상은 ‘조조 래빗’에 돌아갔고, ‘토이스토리4’가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가 미술상을, ‘1917’이 촬영상을, ‘포드 V 페라리’가 편집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1937년 폭우로 연기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유리 천장을 설치해 악천후에도 문제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시상식 당일 돌비극장 인근은 고요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극장 앞 6차선 도로를 모두 통제한 데 이어 시상식 날에는 아예 극장 옆에 위치한 TCL 차이니스 극장을 비롯해 인근 상점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전 세계 유명 영화인들이 모이는 행사고 오픈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테러 위험을 줄이고 온전히 시상식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기생충’과 더불어 한국 기자단 역시 해외 매체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중국에서 온 한 기자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며 예년에는 보이지 않던 한국 기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 신기한 듯 “한국 기자가 몇 명이나 온 것이냐?”고 물었다. 까다로운 취재 승인 절차를 밟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간 기자에게 취재증 발급 담당 직원은 “‘기생충’의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며 “아카데미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시상식에 공식 초청받은 영화인보다 레드카펫을 먼저 밟은 주인공은 기자들이었다. 아카데미는 공식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기 전 취재 승인을 받은 기자들에게 레드카펫을 먼저 오픈해 기념사진을 촬영할 기회를 제공한다. 배우들 못지않은 턱시도와 드레스로 무장한 전 세계 기자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오스카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아카데미 측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 각 매체 기자들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내 턱시도 혹은 정장, 드레스를 입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드레스코드를 강조했다.

아카데미는 부문별로 8000여 명 회원의 표를 얻어야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로스앤젤레스 한복판에 송강호의 얼굴이 그려진 ‘기생충’ 대형 포스터가 걸리거나 전광판을 설치하는 것도 홍보의 일환이다.

로스앤젤레스=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