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도착해 레드카펫 위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02.10.

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
亞영화 첫 아카데미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도 수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단번에 2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석권했다. 1919년 ‘의리적 구토’의 상영 이후 한국영화 101년,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아카데미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한 지 57년 만의 일대 사건이다.

각본상 발표 후 배우 송강호·조여정·이선균 등 ‘기생충’ 주역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고맙고,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배우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같이 무대에 오른 한진원 작가는 먼저 봉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 뒤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각본상에서 ‘1917’ 등 쟁쟁한 영어 작품들을 누르고 수상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영화로는 17년 만의 수상이다. 2003년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가 받은 적이 있다. 아시아 영화로는 물론 처음이다.

국제장편영화상은 애초부터 가장 확실한 수상 부문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후보에 올랐던 미술상, 편집상은 불발됐다.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오른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도 상을 받지 못했다.

10일 낮 12시 현재, ‘기생충’은 감독상, 작품상 부문의 결과를 남겨두고 있다.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만약 수상하면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의 리안(李安)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외국어영화로는 역대 11번째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이 이번에 받는다면 물론 최초가 된다.

로스앤젤레스 = 안진용 기자,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