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어학원 로비가 취업준비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청년고용 한파 어학원 북적
긴 준비기간에 스펙 높아져
1년새 합격자 토익 100점↑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채에도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많이 위축되네요. 그래도 다시 학원을 찾았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3일, 서울 종로구 한 어학원에서 만난 성모(28) 씨의 표정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지난 2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성 씨는 대기업, 중견기업 구직에 절박한 마음으로 매달렸지만 연거푸 고배를 들었다.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중견 제약기업에 올해 마지막으로 원서를 냈다고 밝힌 그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내년 3월 점수가 만료되는 토익 시험을 다시 보기 위해 이날부터 새로 개강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종로 학원가는 12월 새 강의를 시작하면서 올해 공채에 실패한 취업준비생들과 대학생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미취업자들이 취업 준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펙은 점점 높아지지만 구직 문은 오히려 더 촘촘해지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000대 기업 신입사원의 합격 스펙을 분석한 결과, 토익 평균은 836점으로 지난해 702점 대비 무려 100점 이상 상승했다. 자격증 보유자도 73.7%에 달했다.

반면 올해 주요 대기업 중에서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확대하는 등 대규모 채용 방식을 줄인 곳이 많다.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서도 대졸 신입직원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였다는 기업이 31%에 달했다.

일자리 쇼크로 정규직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편의점의 주 3일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 4만2000여 개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풀타임 근로자 수가 2017년 점포당 2.3명에서 지난해 1.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임시직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점포당 3.5명에서 3.9명으로 늘어났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년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편의점주가 오히려 10시간 넘게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아르바이트 일자리 공급은 크게 줄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