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압수수색에 불쾌감

청와대는 4일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자 바짝 긴장했다. 청와대는 압수수색에 협조는 하겠지만, 본관 비서실이나 창성동 별관에 직접 검찰 수사관이 들어와 서류를 통째로 들고 나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오전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했지만, 낮 12시 현재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에 직접 출동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와 검찰이 압수수색 범위와 방식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경우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관련 자료 등을 관리하고 있어 철저한 통제 없이 자료 회람이나 유출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호나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검찰의 청와대 경내 진입은 불허되는 만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이 청와대 출입구인 연풍문 등지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문서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제출받았던 그간 전례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실제 검찰이 전격적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여권 관계자는 “어찌됐든 청와대가 의혹의 중심에 있고 검찰의 강제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은 정권에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때 서울 종로구 창성동 별관 특감반 사무실이 압수수색된 데 이어 이날 압수수색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하며 전 정권 ‘민정수석실’의 전횡을 강하게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민정수석실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 의혹에도 연루돼 있어 추가 압수수색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도 제기됐다. 고민정 대변인이 3일 “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보이는 행태가 구태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검찰이 아주 막 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도 표출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숨진 특별감찰반원의 유류품 압수수색에 이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개혁에 맞선 검찰의 정치 행위가 아닌지 묻고 있는 국민이 많다”며 “법이 있다. 국민이 있다. 검찰은 정치는 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병기·유민환 기자 mingming@munhwa.com